대청봉 심설밟기와 칼바람맞기

2017. 1. 19. 13:16일반산행/설악산


1.산행 제목

 설악산 대청봉 심설밞기와 칼바람맞이

     

2.일      

 1월 18일 수요일

3.코      

 한계령-서북능선-끝청-중청대피소-대청봉-오색

4.대      

 데이비스대장님

5.총      

 다힘

6.참석 인원

  35 

정회원 35 명

 철쭉/이송/나오/산가연/희성/

   선미랑/빼빼로/선수기/산님아/파일럿/

   즐건산행/어느가을/그린토토/주얼리/두류산/

   김경주/성인봉/자유영혼/근교산/가나다/

   폴리/영은/가흘이/동건/나는가고파/

   시크우리/샛강/집요정/오도/아시리오/

   학이/양산바기/청진/다힘/데이비스

준회원 

 

7.기부금

 33000원

8.뒤풀이내역

 수입  회비 23,000*33=759,000원  귀속(박예분,후연)23000*2=46,000원

           뒤풀이비 9000*33=297,000원(대장, 총무 제외)

           합계  1,102,000원

   지출  차량비 600,000원  기사님수고비 30,000원

           기부금 33000원

           뒤풀이 정식 35*10000=350,000원

                     막걸리 5000*5=25,000원

                     소주 맥주 4000*18=72,000원

                     합계 447,000원(8000원 할인)

             합계 1,102,000원        잔액없음

             

9.뒤풀이식당

 인제 한국관  반찬 깔끔 서비스 친절
 

                       

     [후기]


살았다, 존재했으니까.

그리고 존재했다, 왜냐면 살았으니까.

 

설악에서 하루를 살다 왔습니다.

나의 것들 중에 촉감이 온통 나를 지배하여 나의 존재를 확인시켜준 날이었습니다.

 

대청봉 심설밞기와 칼바람맞이가 데이비스대장님 산행공지 제목이었답니다.

설악산은 신성하고 숭고한 산이란 뜻으로 설산, 설봉산이라지요.

눈을 보기 어려운 도시에서 설악으로 떠나는 마음은 설산에 대한 기대였어요.

눈으로 유명하다는 산을 여기저기 가 봐도 설악 만큼 심설을 만나기 어렵다는 대장님의 말씀도 있었으니까요.

눈에 야뱍한 요즘이라 눈에 대한 기대 반, 칼바람에 대한 걱정 반으로 길을 나섰답니다.

설악은 설악이더라고요.

심설이라고 하기는 좀 빈약하지만 온통 눈 세상이었어요, 설악으로 들어가니까요.

한계령으로 올라 치다 흘림골 쪽 맞은 편 봉우리를 바라보니

흰 세상이라기보다는 희끗희끗하게 붓질이 터치되어 있는 겨울산 정도였는데도 말이죠.

겉으로 보는 것하고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다른지를 알 수 있었지요.

실제와 우리의 망막을 통과한 실제의 차이라고나 할까요.

 

각오가 단단해서 였을까요.

바람이 등 뒤를 밀어서 그랬을까요.

바람의 위력보다는 눈빛이 주는 세상의 밝음과 큰 산에 주는 넉넉한 품에

역쉬~~ 설악은 설악이네를 중얼거렸답니다.

서북능선 길은 이야기가 많은 곳 같아요.

주목은 팔뚝을 자랑하는 근육질의 남자처럼 굳건한 기둥으로 우뚝 서서는

서북능선 길의 보호수처럼 지키고 있더라고요.

잡목들-제가 이름을 모르니 그렇게 부를 수밖에요-사이에서 그 위세가 당당하더라고요.

주목 옆, 잡목에게 눈을 돌립니다.

그랬더니,

이 나무는 어디까지 살아있는 걸까,

된서리와 칼바람 속에서 어디까지 죽어 있다가 물이 도는 봄에 어디서부터 살아나는 걸까,

그 생명의 씨앗은 어디에 숨어 있는 걸까, 하는 뭐 나름 좀 멋진 생각이 들더라고요.

 

바람을 피해 끝청으로 향하는 길거리에서 엉거주춤 허기진 배를 채웠어요.

바람 한 점 없는 길은 설악에서 하루를 살러 온 우리들에게 휴식을 주더라고요.

먹었으니, 또 걸을 수밖에요.

걸으러 온 사람들이니까요.

계획한 양 만큼 걸어야 끝날테니까요.

 

중청에서 한 숨 돌리고 칼바람 맞으러 단단히 채비를 하고 대피소 문을 열었답니다.

대피소에서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대청은 고요한 듯 보였는데,

나서자마자 바람이 칼끝을 들이댑니다.

단단히 옹쳐 맨 옷 틈은 차마 뚫지 못하고 심술 난 손끝마냥 등을  떠밀더라고요.

사진을 찍으러 표지석으로 오르는데 몸이 휘청했답니다.

몰아치는 에너지가 보통이 아니었어요.

 

하산을 위해 오색으로 급히 발걸음을 돌렸어요.

1708미터에서 내려가기 시작한 거죠.

높긴 높나봐요.

구름이 눈앞에서 뭉개뭉개 있더라고요.

도시는 구름 밑에 있잖아요.

그래서 동요의 가사나 시에서는 구름 이불을 덮고 있느니.. 어쩌구... 등등의 가사가 있는 거고요.

그나마도 목을 꺾어야만 볼 수 있던 구름이 눈높이에서 파도치듯 수평선을 그리고 있었어요.

마침, 넘어가기 시작하는 해는 설핏 빛을 뿌리고 있었고요.

상상이 되시나요.

그 풍광만으로도 높이 오른 이유를 알았고, 감회를 느낄 수 있었답니다.

 

데이비스대장님의 지독한 산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대장님의 지독한 산우님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대장님의 지독한 설악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어찌 그리 구석구석 잘 알고 자세히 설명을 하시는지.

추운 날 기꺼이 작품 남겨주신 작가님들 감사드립니다.

후미 든든히 지켜주신 즐건산행님, 어느가을님 감사드립니다.

함께해 주신 산우님들에게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대장님의 산 사랑과 산우님 사랑과 설악 사랑은 쭉 이어지겠지요.

그 길이 주는 기쁨을 기꺼이 함께하시는 건 어떨까요.

데이비스대장님께서 여러분들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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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스 14:35 new

그래요
누구는 힘든 길 임을 자처하지만 꼭 가야만 하는 이가 있고,
어느 이는 힘이 들면 꼭 안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제의 우리는 갔었지요.
심설은 아니더라도 칼바람의 끝은 느껴 봤으니 절반은 성공 했다고 자위해야지요..

대청에서 서너 장의 사진을 찍는데 손가락이 무진장 아픕니다.
이때 따뜻한 핫팩을 주신 분, 너무도 고마웠지요.

산 속에서도 살아 있음을 느껴보는 재미? 는 여러가지가 있답니다..
뛰는 심장, 뻐근한 허벅지, 밖의 추위, 몸 안의 더위, 땀, 갈증, 배고픔, 상처의 아픔,
이런 걸 함깨하는 님들에게 감사한 하루였습니다.




 



 





들머리 한계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