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2. 21. 13:29ㆍ9 기맥/땅끝기맥7 -- --완
두륜산 - 실패기
- 2014. 12. 19 (금) 홀로
- 코스 : 오소재 -222봉- 노승봉 - 천년수 - 대흥사
- 거리및 시간 : 6.2 km, 5시간 18분
- 날씨 : 금주에 눈이 무지 내렸음. 35년 만의 폭설이라 함.
오늘은 날이 맑고 온도도 좋더니만 오후 늦게 부터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음.
이른 아침 장흥의 천관산에 다녀와서, 관산을 출발 장흥-강진- 해남으로 이동합니다.
두륜산을 오를까 고민하다가 천관산에 내린 적설량이 생각 보다 적었고 산행시간도 될 듯하여 오소재로 택시로 이동 (\16,000) 합니다. (실제로 장흥천관산 보다
해남두륜산에 서너배의 눈이 내렷다 고 합니다.) 오소재주차장/샘터를 지나 땅끝기맥 오소재에 택시를 내려 달라하니 기사는 이상하다는 표정입니다.
1258에 산행을 시작합니다. 아무도 지나간 흔적이 없습니다.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면서 어렵게 222봉에 올라섭니다.
적설량이 엄청나고 너덜과 산죽이 있는 길에서 살짝만 벗어나도 눈 속으로 배꼽까지 빠집니다. 포기하고 하산할까를 서너번 생각하면서도 몸은 계속 오릅니다.
시작 부터 하산 까지 3시간~ 3.5시간 이면 충분하다는 오만이 폭설과 너덜의 유혹을 이겨냈읍니다. 이런 오만이 불행의 단초이었고 결국 생사에 까지 미쳤읍니다.
큰바위 위에 올라서니 조망이 죽여 줍니다. 지금 까지 힘들었던 것도 모두 잊어 버리고, 앞으로 전개될 상황은 전혀 생각치 않고 새로운 마음으로 산행을 이어 갑니다.
곧 너덜구간에 빠지고 진전이 안됩니다. 시간을 보니 1633, 눈이 무척 쌓인 음지의 너덜길로 접어들엇읍니다. 일몰시간은 1725로 한시간여 뿐이 안 남아 이제라도
탈출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합니다.
배낭 무게를 줄이려 가스, 라면, 비옷, 쓰레기 일부를 버립니다. 카메라와 스틱은 배낭에 집어 넣습니다.
우측 사면 방향이 오심재라 믿고 이동합니다. 산죽을 헤치며 10여분 가다 보니 암릉절벽이 나타납니다. 다시 원래 위치로 돌아와 꼬리표가 있는 노승봉 방향으로 갑니다.
노승봉 직전에서 우측으로 탈출하려고 가다보니 곧바로 길과 꼬리표가 끊어집니다. 다시 돌아와 노승봉에 오릅니다.
노승봉 오름의 바위 구간의 밧줄이 얼고, 눈은 덮혀 있고, 눈이 녹은 부분은 매우 미끄럽습니다. 여기 까지 오는 동안 체력이 소진되어 팔다리에 힘이 빠지기 시작합니다.
노승봉을 내려서니 우측 계곡으로 하산하는 천년수 방향의 이정표가 나옵니다. 얼마가 반가웠던지.. 그런데 이게 너덜길로 이어지는 고생길의 안내표시였으니..
상상 이상으로 연속적으로 넘어지고 미끌어집니다, 설상가상, 비가 내려 모자, 장갑, 배낭 모두가 젖엇읍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너덜길을 한발 한발 내려섭니다.
2보 마다 한번 씩 넘어진 것 같습니다.
천만다행인 것은 날씨가 별로 춥지 않았고, 계곡 밑으로 불빛집단이 보이고 이걸 목표점으로 삼고 내려올 수 있었읍니다. 불빛이 그나마 구세주였읍니다.
0.6km의 너덜길을 내려 오는데 2시간여 걸렸읍니다. (노승봉- 0.4- 천년수- 0.2- 사진위치)
이후 대흥사 까지는 눈덮힌 포징길의 천국길이엇읍니다..
큰 사고 없이 내려올 수 있었기에 천만다행입니다.
머리와 어깨가 바위에 부딪히고 팔다리가 끍히긴 햇지만...
산행 도중에 좀 더 침착하게 등로를 획인했어야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분명 이정표를 따라 계곡 너덜길로 하산을 햇는데.
문제는 너무 많은 폭설로 너덜길의 등로가 파묻혀 제대로 길을 볼수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지요..
눈속에서 무서움을 느끼고, 너덜길의 위험함을 느끼고, 초행길의 어려움도 알았고, 대자연에 도전하지 말아야겟고,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산행이었읍니다..
바쁠수록 돌아가고, 힘들 수록 지도나 자료를 더 세심하게 확인을 해야 했는데 경험부족으로 그럴 경황이 없었고, 또한 그럴 기분이 나질 않았다는 것입니다..
봄이 되면 지나온 발자국을 되집어 보며 오늘의 시행착오를 찾아보도록 하겠읍니다..
퍼온사진 :
1458 오소재 (오심재 정거장)
눈밭이 깨끗합니다. 밟고 싶은 충동?에 산길에 오릅니다..
1517, 222봉,
1611 큰바위에 올라서고...길도 안 보이고 흔적도 없고 무수히 눈에 빠지며 어렵게 올라섰지요. 하여튼 들거운 마음으로 주변을 조망해 봅니다.
우측으로 고계봉이 보입니다..
1625 곧이어 대형 암릉구간에 접어드는데 너덜에 산죽에 빠지며 헤쳐 나오느라 발걸음의 진전이 거의 없습니다..
했볕에 녹아 양지 쪽의 너덜길은 선명하게 보입니다..
1633 이곳을 지나서 바로 음지의 너덜길로 접어드는데 일몰시간이 1725로 한시간여 뿐이 안남아 이제라도 탈출하는 걸로 계획을 변경합니다.
배낭 무게를 줄이려 가스, 라면, 비옷, 쓰레기일부를 버립니다. 카메라와 스틱은 배낭에 집어 넣습니다.
우측 사면 방향이 오심재라 믿고 이동합니다. 산죽을 헤치며 10여분 가다 보니 암릉절벽이 나타납니다.
다시 돌아와 뜨문 뜨문 꼬리표가 보이는 노승봉 방향으로 갑니다.
1731 노승봉, 이곳 까지 기맥길로 대략 70 ~100분 정도 소요되는데, 한번도 안쉬고 달려왔는데도 현재 150분이 걸렸다.,
좌측의 가련봉을 바라봅니다..
퍼온사진 :
이곳에서 천년수 방향으로 하산합니다. 눈 속에 파묻힌 400미터의 계곡 너덜길이란...
1928 이곳 까지 내려오는데 너덜길에서 수백번은 넘어진 것 같습니다. 너덜지대에서 대형/중형/소형 미끄러짐을 반복하면서...
중간에 불청객인 비 까지 내려 마음은 더욱 불편하게 하고, 몸동작을 어렵게 만듭니다..
다행인 것은 계곡 밑으로 불빛집단이 보이기에 이를 목표로 안도하며 내려 올 수 있었지요. 중간에 생각하니 대흥사였읍니다..
이곳 부터 대흥사 까지는 눈이 덮혀 있는 포징길이더군요..
2016 대흥사 주차장에 도착해서 산행을 종료합니다...
택시를 콜해서 해남으로 이동하고.. 생사가 오락가락했던 하루를 마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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